이 책은 소설가가 만든 가상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현수동은 작가 장강명이 살았던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일대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수동이라는 지명은 그 일대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장강명이 6년간 살았던 광흥창역 일대를 장강명은 현수동이라고 이름을 짓고 소설의 배경으로 사용을 하게 되는데, 아무튼, 현수동에서는 본인이 살았던 정들었던 동네에 대한 에피소드를 여럿 담고있습니다.
현수동에 대한 장강명 작가의 애착은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감정으로 느껴집니다. 한동안 지냈던 지역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따로 지역명을 지으면서 까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그럴듯한 지역명을 소설에 넣어 사용하는 정도라면 그 액착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에 있던 지명을 그대로 소설에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교토나 오사카의 여러 지명이 나오는 일본소설들을 보면 여행하며 가보았던 지명으로 인해 더 친근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수동이라는 지명을 만들었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에세이를 쓸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 낸다는게 역시나 소설가는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굳이 이렇게 까지 이야기를 해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1968년 한강 홍수를 방지하고 여의도를 개발하겠다며 밤섬을 폭파한다. 밤섬에서 채취한 석재는 여의도 공사에 들어갔다.
아무튼, 현수동에서는 밤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밤섬이 사람이 들어갈수 없는 새들의 천국 같은 곳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히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정감이 가게 되었습니다. 김씨표류기의 배경이었던 밤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얻어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뤼미에르 피플을 쓸 때 이미 속편 계획이 있었다. 그 속편의 가제가 '시간의 언덕, 현수동'이고, 거기서 밤섬의 새 당주 이현수와 동료 장휘영이 현수동에서 벌이는 모험을 다룰 예정이다.
장강명의 소설 속에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 소설 덕후가 된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서울이지만 또 다른 평행세계 같은 느낌의 소설 속 배경 현수동은 왠지 그 동네를 한번쯤은 돌아다니고 싶게 만들기도 합니다.
현수동의 가게들이 이랬으면 좋겠다, 상상할 때 떠오르는 구체적인 이미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마녀 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빵집이다.
현수동에 대한 소망은 왠지 심시티나 동물의 숲과 같이 내 마음데로 가꿀 수 있는 소설가의 선택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 맘데로 그릴 수 있는 상상속의 동네는 이상향이 아닐 지라도 살고 싶은 동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수동 사람들은 길에서 천천히 걷다 만나고, 자전거를 타며 마주치고, 상점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독서 동호회에서 교류한다. 현수도서관은 혼자 사는 노인, 싱글맘, 다문화가정 구성원, 성소수자, 학교 밖 청소년, 몸이 불편한 분들을 적극적으로...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공감을 느끼는 것이 과연 사람들이 책 읽는 것을 좋아할까 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고 나처럼 주기적으로 도서관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역시 내가 그린 마을에도 도서관을 꼭 있었으면 좋겠네요.
전망이 좋고, 아름다운 자연이 근처에 있고, 산책로가 있고, 자전거를 타기 종고, 개들과 개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거기에 역사와 설화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인, 그런 동네에서 살고 싶다.
그런 동네의 일부가 되고 싶다.
아무튼, 현수동은 소설가 장강명이 하는 어떤 동네에 살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왠지 밤섬과 광흥창역, 현석동이 새롭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의도로 출근을 하는 입장에서 밤섬과 광흥창은 정말이 멀지않은 곳이라, 더욱 소설 속에 내가 살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현수동을 읽으며, 나도 내가 만든 상상속의 세계관이 있으면 좋게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러한 세계관에 누군가 와서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준다면 참 좋겠네요. 아니면 내가 소설가가 되어서 장강명 작가의 마을인 현수동에 이야기 속에서 찾아가 보는 것도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소설가의 소설 속에 여행을 하는 소설이라고 할까요.
목차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은 어떤 동네에 살고 싶었던 걸까
고향이 없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역사
권력이 없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인물
무속을 질색하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전설
밤섬에 가본 적 없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밤섬
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교통
맛을 모르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상권
게임에 서툰 사람이 쓴 현수동의 도서관
삶을 사랑한다는 것, 사랑하는 동네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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